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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을 비우다! 열린송현녹지공간
[221014호] 2022년 10월 14일 (금) 08:13:09 김응삼 예술 취재단장 kbshdtv@hanmail.net

서울의 중심을 비우다! 열린송현녹지공간

 
감고당길에서 좌측으로 바라본 열린송현녹지광장의 모습 ⓒ윤혜숙
감고당길에서 좌측으로 바라본 '열린송현녹지광장'의 모습
 
시원한 바람에서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 산책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안국역에 인접한 감고당길, 윤보선길은 주변에 한옥이 있어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감고당길 좌측 높다란 담벼락에 가로막혀 있는 곳을 지나면서 ‘저 담장 너머에 뭐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담벼락 너머가 궁금했지만 원래 그런 곳이겠거니 하면서 지나쳤다. 오랜시간 높은 담장에 가로막혔던 곳이 담장을 허물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감고당길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공예박물관이 있다. ⓒ윤혜숙
감고당길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공예박물관이 있다.

10월 7일 오후 5시 무렵 감고당길로 접어드니 좌측에 드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다. 서울광장의 3배에 달하는 면적의 송현동 부지(3만7,117㎡)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단장을 마치고, 일반시민에게 임시 개방했다. 벌써 송현동 부지 개방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의 둥근달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많다.
지난 110년 간 닫혀 있었던 송현동 부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앞서 걸어가던 두 분이 감탄을 연발한다. 최진 씨와 윤옥선 씨는 이곳과 인연이 깊다고 했다. 

최진(72세) 씨는 “집이 근처여서 거의 매일 송현동 부지 둘레길을 산책하고 있어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지금의 녹지광장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최진 씨는 담장 사이에 난 문이 열려 있어서 호기심에 들여다봤다고 한다. 건축물 잔해 등이 치워진 흙투성이 땅에 불과했던 이곳이 곳곳에 야생화가 가득한 녹지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지니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다는 반응이다. 

윤옥선(57세) 씨는 “저는 풍문여고를 졸업했어요. 등하굣길에 철문으로 굳게 닫힌 이곳의 내부가 궁금했어요. 3층 교실에서 보면 가끔 외국인이 농구하는 모습 등이 보이기도 했어요.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고 있어서 금단의 땅이라고 여겼죠”라고 말한다. 
 
이건희 기념관에 전시될 작품을 영상으로 미리 접할 수 있다. ⓒ윤혜숙
'이건희 기념관'에 전시될 작품을 영상으로 미리 접할 수 있다. 
 
송현동 부지는 외세의 침략과 연관된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1910년 일제강점기 식산은행 사택이 있었고, 1945년 해방 이후엔 미국 소유로 넘어가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곳이다.  최진 씨와 윤옥선 씨는 이구동성 “이곳이 비로소 우리 것이 되어서 기쁘고, 탁 트인 광장을 바라보니 후련해요”라고 말한다. “송현동 부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그대로 둬도 충분히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서울시의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라고 당부한다. 
 
열린송현녹지광장 산책길을 거닐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윤혜숙
열린송현녹지광장 산책길을 거닐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황혜정(42세) 씨는 “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점점 발 딛는 땅이 귀해지는 것 같아요. 경제적인 이익만 생각한다면 이곳에 상업적인 시설을 짓는 게 낫겠지만, 광장 그대로 보존되어서 많은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처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하리라(10세) 양은 “광장이 넓어서 마음껏 뛰어다니면서 놀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한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운동장에서도 친구들과 뛰어놀 수 없었다고 한다. 9월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송현동 부지를 찾은 아이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고 즐거워 보였다.     

기자도 광장을 산책하다가 잠시 마스크를 벗은 채 심호흡해봤다. 파릇파릇한 잔디와 코스모스, 국화 등 꽃들이 어우러져 있어서일까? 이곳이 서울 시내라는 것을 망각한 채 낮은 담벼락이 있는 시골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가을달빛송현' 행사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돗자리에 앉아 있다. ⓒ윤혜숙
'가을달빛송현' 행사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돗자리에 앉아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는 공간 저편에선 무대가 설치되고 사전연습이 한창이었다. 서울시는 송현동 열린녹지광장의 임시 개방을 기념하기 위해 약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과 음악회를 겸한 '가을달빛송현' 행사를 개최했다. '가을달빛송현'  행사는 퓨전 국악팀 ‘라온아트’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무대 앞에 놓인 빈백(bean bag)에 앉는 시민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 뒤편에 돗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앉아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개장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고의 디자인은 비우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이 탁 트인 이 공간에서 주변 인왕산, 북악산 등 산세를 바라보면서 즐기실 수 있도록 이 공간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건희 기념관이 건립되는 동안 지하 공간에 관광버스로 방문하는 분들을 위해 주차장을 만들 예정입니다. 지상 공간은 내년 가을에 도시건축비엔날레를 비롯한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할 계획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을달빛송현' 공연을 즐기고 있다. ⓒ윤혜숙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을달빛송현'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가을달빛송현'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가수 임지안을 시작으로 ‘유리상자’의 이세준, 안녕바다, 몽니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임지안과 이세준이 가을 정취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발라드곡을 불렀다면, 안녕바다와 몽니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분위기를 열정적인 록 음악으로 한껏 고조시켰다. 몽니가 마지막 곡을 부를 때 빈백과 돗자리에 앉아 있던 시민들이 일어나서 환호하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차가운 밤바람도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를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공연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둥근달 조형물이 조명이 되어 어둑해진 광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윤혜숙
둥근달 조형물이 조명이 되어 어둑해진 광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밤하늘에 구름 사이로 비쭉 고개를 내민 둥근달이 광장에 내려앉은 둥근달 조형물을 환하게 비춘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머물러 있었다. 

송현동 부지를 임시 개방한 첫날부터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공간을 방문한 시민들은 나름의 사연과 추억을 안고 이곳을 방문했을 것이다. 임시 개방된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또 어떤 추억을 만들어 갈까? 천만 인구가 거주하는 복잡한 서울에서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에 이어 열린송현녹지공간이 또 다른 광장으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2024년 12월까지 약 2년 간 임시로 개방된다. 이후엔 '이건희 기념관'을 품은 '송현문화공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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