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 위의 까치 (진중권/휴머니스트/2009)
사회 비평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진중권이 본업으로 돌아와 새 책을 냈다. <교수대 위의 까치>는 미학강의로, 그가 매료된 작품들을 ‘푼크툼’으로 읽어내는 방식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푼크툼’은 일반적 해석의 틀로 읽어내는 ‘스투디움’과 달리 보는 이 혼자만 느끼는 개별적인 효과를 말하는 것으로, 롤랑바르트의 사진개념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일반적 해석의 틀로 그림을 읽어내는 것 뿐 아니라 개인의 체험으로의 그림읽기를 권하는 것이다. 저자는 해석의 근거를 면밀히 살피되, 1400년대의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에서 초현실주의를 읽어내거나, 블루스크린을 떠올리는 등 현시대와 소통의 문을 열어놓는다. 그림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기분으로 그는 성경을 뒤적거리고 현대미술을 떠올리며, 지각적 유희와 더불어 지성의 유희를 만끽한다. 또, 약 200개 가량의 작품이 실려 있어 볼거리도 풍족하다.

위험한 경제학 (선대인/더난/2009)
이 책을 겉훑기로라도 살피려면, 저자의 이력을 숙지해야 한다. 저자 선대인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미디어다음에서 7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후, 현재는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다. 그의 이런 이력은 책 곳곳에 그대로 묻어난다. 먼저, ‘서민들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밀’이라는 부재에서는 기득권의 아성에 대항하는 듯 정치적 색채가 엿보인다. 1편<부동산의 비밀>에서는 기자였던 그의 경력에서 비롯한 듯 ‘정보’부분이 한 개의 큰 장으로 실려 있어 정보처리에 관한 조언이 잇따른다. 또, 경제연구소 부소장자리에 앉은 만큼 내용은 전문적이며, 수많은 그래프가 동원되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1편이 부동산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면, 2편<서민경제의 미래>에서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주제들을 다룬다.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과 고령화 등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에 대해 시원스런 필치로 쓴소리와 대책을 고루 섞어 독자에게 알려준다. 경제를 알려면 사회를, 사회를 알려면 돈의 흐름을 알아야하는 기본에 충실한 책이다.

오 해피 데이 (오쿠다히데오/재인/2009)
오쿠다 히데오가 들려주는 <오 해피 데이>는 여섯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여섯 남녀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전업주부 노리코는 물건을 처분하는 짜릿한 기쁨을 느끼며 옥션에 점점 빠져들고, 서른여덟 살의 직장인 마사하루는 갈등 끝에 아내가 살림살이를 몽땅 챙겨 집을 나가자 자신이 꿈꾸던 모습대로 집을 꾸미며 로망을 실현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따뜻하고 유쾌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를 한국에 알린 작품 <공중그네>에서처럼 그 만의 유쾌한 필치 때문에 즐겁게 책을 읽어낼 수 있다. 가족들이 서로 갈등하고 부딪히고 화해하고 위로하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겹쳐지면서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집에 두고 가족 모두와 함께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