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떡장수!”, “그럼 난 몰래 훔쳐보는 남자를 할거야”. 명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아이들은 저마다 손짓을 하며 주문을 외운다. 선생님의 구호에 따라 아이들은 신윤복의 ‘단오풍정’ 속으로 들어간다. 떡장수를 따라 냇가로 몰래 숨어들어오는 남자아이들과 그것도모르고 머리를 감는 여자 아이들, 그 뒤에 숨어 몰래 지켜보는 남자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게 발각돼 혼이 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타임머신을 타고 교실로 돌아 온 아이들은 저마다 웃음꽃이 폈다. 청평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경기문화재단후원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방과후 학교)’의 공개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새로운 교육방향 모색해야
청평문화예술학교는 “기존 수업의 연장이 아니냐”는 지적 속에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온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교육 관계자와 학부모,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방과후 교육의 문제의 대안으로 진수영 대표는 “도농지역이자 문화예술교육이 전무한 가평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나 교사 파견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지역 문화예술단체, 학교관계자, 자원봉사 등이 어우러지는 참여와 자생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방과후 학교 운영을 새롭게 시도 했다.
한편 이번 청평문화예술학교 방과후 수업은 기존의 강사 파견제도에서 탈피해 문화예술단체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선정해 실시한 만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시도라 정착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공적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성과를 따져야 하는 딜레마도 있다. 대입위주의 교육 때문에 진 대표는 “수업도중 학원 때문에 빨리 끝내 달라는 요구를 자주 받았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재능과 흥미와 상관없이 피아노 학원이나 영어학원 등 사교육 시장에 내모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또한 “방과후 학교는 단순히 노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 학부모들은 아직도 아이가 좋아하는 수업보다 자신이 바라는 수업을 원하고 있어 벽을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예술과 교육은 분리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바라보는 가운데 정해진 목표를 이뤄낸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교육자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청평문화예술학교의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을 교육의 도구로 활용한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에 따라 진수영 대표는 지역문화예술 단체들이 학교 등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강화해 뿌리내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명화 속 숨겨진 이야기 찾는 아이들
도시도 농촌도 아닌 색깔이 모호한 도농지역에서 진 대표는 어린이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 대표의 교육방향은 토론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대입이 중요시되고 영어교육이 중시되는 교육 여건 속에서 창의력을 키우기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진 대표는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는 미흡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토론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고 전했다.
이러한 그의 교육관에서 출발한 청평문화예술학교에서는 기존의 이야기를 각색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무대를 참여자가 스스로 꾸미는 교사는 단지 멘토 역할만을 하는 재미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 대표는 “예술교육이 방과후에 하는 것이 아쉽단다. 외국 같은 경우는 교과에 포함시켜 문화와 예술을 가르친다”며 학교수업안으로 진정한 예술교육이 스며들길 간절히 바란다. “지역과 연계해서 일반인은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과정중심의 예술교육과 다문화가정과 원주민가정간의 교류를 위한 함께장보기, 장구 배우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소외층과 다문화 가족들을 진정한 지역민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일반 예술교육은 기술을 가르쳐 주지만,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청평문화예술학교의 예술교육은 직접 활동을 하면서 지도그려보기 등 참여자가 직접 구상하고 수업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창의력을 높이고 즐길 수 있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수영 대표는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들을 위해 청평사랑마을축제를 열기도 했다. 청평초등학교 운동장을 꽉 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그는 “학생들과 지역민을 포함한 출연자가 130여명이었다. 뮤지컬이나 무용, 연극 등을 통해 음악, 미술, 무용이 함께 할 수 있는 총체적인 과정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대표가 이끄는 청평문화예술학교는 방과후 학교 사업에 선정되어 경기문화재단 후원을 받으며 3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공개수업과 문화예술 발표회를 하고 있다.

가평에 문화예술 교육의 꽃 피우다
청평문화예술학교는 전통 무용가인 진수영 대표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예술인과 일반인, 소외계층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설립한 비영리문화예술단체다. 경기 가평군을 중심으로 가평군과 경기북부 일대에서 주로 공연과 무용,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학교는 2000년 진수영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딴 ‘진수영 무용단’으로 출범했다. 진수영  대표는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희대와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 후 추게에대에서 예술경영행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후 그는 국내 무용제와 각종 지방공연에 참가하고 미국, 일본, 대만, 캐나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등 명성을 쌓았다.
진 대표는 2005년, 청평으로 이사를 오면서 지역 문화예술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곧바로 문화예술 교육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간판도 청평문화예술학교로 바꿔 달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전문강사 10여명을 영입해 매달 교육 평가서를 작성하는 등 수준 높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진 대표는 “기능적으로 무용을 가르치는 교육은 배제하고 전통 가락에 맞춰 춤을 추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가평군 문화예술부문에서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진수영 대표. 그는 종묘제례악 이수자이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평군 여성회관에서 무용 강사로서 가평 지역주민들에게 우리춤의 멋과 흥을 알려주고 농촌에서 이렇다할 예술교육을 받지 못해 사장 될 수 있는 예술영재프로젝트의 운영등 공연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복지시설과 학교 등을 방문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이러한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예술 전도자로서 지역문화예술부흥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을 받기도 했다.
“창의적이고 지역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히는 그의 말처럼 가평이 새로운 문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취재/이종훈, 은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