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 변사체’ 유병언 맞나? 증폭되는 의문점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발견된 사체가 진짜 유병언씨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DNA 검사와 지문 채취 검사 등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 구원파 계열사가 제조한 스쿠알렌 병 같은 유류품을 제시하며 “사체는 유병언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만에 백골 시신 가능 한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사체 부패 정도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부패가 심해, 신체 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 하더라도 불과 18일 만에 반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변사체를 오랫동안 경혐해온 베터랑 경찰관 사이에서도 부패 정도를 볼 때 변사체가 숨진 지 6개월은 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은 "20년간 사체를 봐왔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 변사체를 유씨라고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된 시신은 7~10년, 땅 위에 노출되는 시신은 1년 가량 지나야 연골 조직이 부패해 완전한 백골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의학계에서는 유씨 시신의 반백골화가 통상 부패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온과 습도보다는 야생동물이나 시식성(屍食性) 곤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구더기' 때문에 뼈가 드러난 상태라는 얘기다. 얼굴과 손처럼 노출된 신체부위가 옷으로 가려진 부분보다 백골 상태에 가깝게 훼손된 것으로 추정했다.

  의학전문가는 “노출된 부위에 구더기가 생길 경우 불과 며칠 만에 뼈가 드러날 만큼 훼손될 수 있다"며 현재 시신 상태만 가지고 사망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는 시신상태에 대해 “5월말부터 6월 초 사이의 기후 조건이나 야생동물의 활동을 고려해볼 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와 동일 인물이라 해도 부패가 많이 진행돼 사인을 규명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사가 아니라면 자상을 비롯한 상처, 목 졸리거나 반항한 흔적 등이 타살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단서다. 약물에 의한 사망일 경우 위 내용물이나 혈액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씨의 경우 피부나 근육조직, 혈액이 대부분 부패해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극물로 숨졌다면 혈액 대신 뼈를 정밀 검사해볼 수 있지만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을 주민들 "배회하던 노숙자 같다

발견 당시 변사체는 겨울 외투 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있었고, 시신 옆에는 천 가방 안에 소주 2병과 막걸리 병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왜 가방에 술병을 넣고 다녔는지도 의문이다. 구원파 신도들도 의문을 표명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순천 별장을 급습했을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유 전 회장이 2주 만에 상당히 부패된 상태로 발견되는게 가능하냐”며 “그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유류품으로 술병이 나왔다는 점도 사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평소 구원파 신도 등의 보호를 받으며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어떤 경위로 홀로 노숙자 차림으로 아무도 없는 밭에서 죽어갔느냐 하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체가 발견된 마을 주민 일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4월까지 벙거지에 검은 코트 차림으로 현장 주변에서 배회하는 노숙자를 자주 목격했는데 최근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

  최초로 변사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박모(77)씨도 "행색을 보아하니 제 눈에도 노숙자 같았고, 경찰도 노숙자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를 토대로 2차 부검이 완료되면 사인이 더욱 명확하게 확인될 것"이라며 "사망원인 등을 명확히 밝혀 한 점의 의구심도 없도록 투명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