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절감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절감’을 강조한 결과다. 그러나 상당수가 ‘재탕’이고, 더러는 에너지 절감과 관련성이 적은 것도 끼워져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청와대의 지시에 급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이 전시행정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각 부처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내년도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며 별도로 ‘에너지 절감 방안’을 보고하고 있다. 지난주 각 부처 업무보고 시 ‘에너지 절감 방안’을 별도로 포함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각 부처가 내놓은 ‘에너지 절감 방안’의 상당수는 기존에 해온 것을 한 곳에 모아놓은 수준이다. 일부 부처는 자신의 부처와 관련성이 적은 대책도 포함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제출한 에너지 절약 실천계획 중 ‘중식시간 및 퇴근 이후 소등’, ‘컬러문서 출력 자제, 양면 인쇄 생활화’, ‘내복입기 활성화’ 등은 현재 교과부나 문화부는 물론 대부분 중앙부처에서 실시 중인 대책이다.

일부 부처에서 에너지 절감 방안으로 보고한 ‘겨울철 난방온도 19도 유지’, ‘승강기 4층 이하 운행 중지’ 등은 지난해 7월 총리 특별지시에 따라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에너지 절약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거나 자신의 부처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한 부처도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기관별 에너지 절약 주요 실천과제로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그린데이)로 지정해 정시 퇴근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보고했다. 법제처는 ▲연비에 따라 자동차의 개별소비세 차등 부과 ▲전기제품에 에너지 절약 방법 기재 법제화 등 자기 부처 업무와 연관성이 희박한 대책을 에너지 절약 방안에 포함했다.

돋보이는 아이디어도 없지는 않다. 관세청이 컴퓨터 절전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그린컴퓨팅솔루션은 일례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일정기간 자리를 비우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졌다가 사용자가 키보드나 마우스를 작동하면 즉시 켜지게 하는 것으로 기관 내 4500개 컴퓨터에 적용한다면 연간 7000만원의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관세청은 내다봤다.

한 부처 관계자는 “지난주 갑자기 지침이 내려와 부랴부랴 에너지 절감방안을 마련하다 보니 새로운 대책을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