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예산안이 29∼31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예산안의 연내 처리를 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지난주 4대강 예산 담판 타결 가능성이 희박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또 한번 예산안 관련 여야 충돌이 일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협상 결렬시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 수정안을 밀어붙일 태세이고, 민주당은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설 자세로 국회 폭력 사태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6일 한나라당이 제안했던 '2+2회담'을 민주당이 거부한데 대해 "형식과 관계없이 물밑으로 대화하면 된다. 비공식적으로 통로를 열어놓고 대화를 계속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내년도 4대강 사업예산 3조5천억원과 수자원공사 사업비 3조2천억원에 대한 정부의 이자보전예산 800억원에 대해서는 일부 감액하는 등 전향적으로 응할 수 있지만 4대강 수중보의 숫자.높이와 준설량은 '뼈대'이므로 민주당의 요구대로 절대 규모를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공 사업비를 정부 예산으로 돌려 내년 2월 추경예산안으로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제의에 대해서도 "전례가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부했다.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한나라당은 예산안 강행 처리를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다른 대안인 준예산 편성도 당 지도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 27일 당이 수정 예산안을 마련한다면 이는 사실상 강행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일정상 한나라당이 이 수정 예산안을 28일 예결위 전체회의서 통과시키고 이어 29~31일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 7월 미디어법 처리 때와 같은 폭력사태 가능성, 여론의 비난이 부담이지만 여당으로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을 허용했다는 오점은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일방처리를 막기 위해 예산결산위 회의장 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도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이 자체 계수조정소위 결과를 담은 새해 예산안을 만들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수정안을 별도로 마련해 발표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운하 의심사업'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명분은 지키면서도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보 설치와 준설 등을 일부 받아들인 수정안을 발표함으로써 한나라당에는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여야 협상의 틀은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를 분리, 내년 2월 국회서 정부 추경예산안으로 재론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일방처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29∼31일 본회의를 개회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없다.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태도만 고수하다가는 4대강 사업 예산이 원안 그대로 눈앞에서 통과되는 광경을 봐야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합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 일각에는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 등을 사전 점거, 한나라당의 단독처리 시도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오고 있으나 원내지도부는 국회 폭력 사태로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회의 개최가 임박한 28일부터는 낮 시간대에 소속 의원 전원이 예결위 회의장을 지키기로 하는 등 한나라당 의원들의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막판까지 '대운하 의심사업'은 반대한다는 전제 아래서 협상 타개를 위한 추가 제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