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본부장 선임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 및 임시주주총회가 노조 저지와 엄기영, 김우룡(방문진 이사장)의 견해차로 무산됐다.

지난 10일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이 ‘재신임을 물어달라’며 일괄 제출한 경영진 8명 전원의 사퇴서 가운데 엄 사장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한귀현 감사 등 4인의 사표를 반려하고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 등 나머지 4인의 사표를 수리한바 있다.

이후 1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최근 해임한 본부장 4명을 대신할 새임원을 정할 예정이었으나 노조가 이사들의 호텔 출입을 막으면서 회의가 무산됐다. 하지만 조 집결 전에 미리 도착해 있던 김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이 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엄 사장이 전날 밤늦게까지 김 이사장과 논의해 추린 임원 명단을 거부하고 새 명단을 제시하면서, 결국 최종 합의가 결렬됐다고 알려졌다.이사회 무산으로 낮 1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릴 계획이던 임시 주주총회도 연기돼 방문진은 빠른 시일내에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일정을 다시 잡는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을 내어 “김 이사장은 어제만 해도 엄 사장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더니 오늘 아침 엄 사장의 인선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사회를 결렬시키고 임시주총도 연기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전날 ‘엄 사장 의견 존중’ 및 ‘학연·지연 배제’라는 인선 원칙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이 MBC 경영진의 절반을 ‘물갈이’하면서 정권의 ‘MBC 장악’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선 YTN과 KBS에 이어 권력의 MBC 장악이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따라 MBC 구성원들이 정권과 방문진의 이에 맞서 공영방송 MBC를 지켜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