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만한 양감 그리고 삶의 환희

  밝고 화려한, 그리고 풍만한 양감을 살려 삶을 표현해낸 페르난도 레제와 윤기호의 조각은 닮아있었다. 원색의 따뜻함을 누구보다도 잘 표현했다는 것이 미술계의 평이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그의 작품에는 행복한 표정이 가득 담긴 가족의 꿈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을 지닌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꽤 오래전 페르난도 레제의 대표작인 ‘뚱뚱한 모나리자’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페르난도 레제는 명화(名畵)에 풍만한 양감을 입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풍만한 양감을 입히는데 그쳤다. 그러나 윤기호의 작품은 그보다 한발 앞서있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에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족의 모습과 사랑이 가득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작품 하나하나에는 풍만한 양감으로 인해 때로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행복과 사랑을 담아내는 그릇을 여성으로 형상화 시켜 묘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만화책을 좋아했고, 고등학교때까지 서양화 공부를 했던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보게된 조각. 그것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조각은 노동의 맛”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한다.

노동은 기쁨의 조각

그는 노동의 기쁨을 제대로 안다. 다른 조각가와는 달리 그는 유화, 흙, 홀로그램스티커, 포스터 물감을 비롯해 여러 가지의 재료를 섞어서 쓴다. 인상파의 화가들 같이 빛이 비치는 각도마다 빛이 틀려지는 홀로그램스티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작업하는 단계는 무려 16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맨 처음엔 스케치를 하고, 나무로 틀을 짜고, 흙(옹기토)을 입힌다. 그리고 흙을 부은 다음 폴리(배를 만들때 쓰는 재료)로 작품의 틀을 뜬다. 그 상태가 완성이 되면 다시 필름을 뜨고, 석고를 떠서 안에 흙과 불필요한 재료를 퍼낸다. 그리고 포마이카를 칠하고 말린 다음 또다시 석고를 입히고, 홀로그램스티커와 자동차용 스티커를 붙이는데 무려 16번을 붙인다. 그리고 다시 건조시키고, 완성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그는 “노동은 기쁨의 조각”이라며 작업하는 과정을 즐긴다. 이렇게 그가 만들어내는 조각은 그야말로 한 달에 한 점이다.

  자기만의 길이 있는 뱀

그의 많은 작품을 보면 뱀이 참 많이 등장한다. 자칫 혐오스러운 뱀을 그는 강렬한 색채를 입혀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그가 작품에 뱀에 넣는 이유가 새롭다. 한때, 뱀꿈을 많이 꾸었던 그의 기억의 유전자에는 뱀이 예쁘게 각인된다. 그에게 있어서 뱀은 지혜를 상징함과 동시에 풍파를 막아주는 수호정령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뱀을 신성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골집에 뱀이 들면 재물을 상징하고, 터를 지키는 터줏대감 격으로 상승시킨다. 또한 “구렁이(뱀)가 떠나면 집이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에게 있어서의 뱀은 ‘지킴이’의 역할이다.

또한 그는 “뱀은 분명히 자기의 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뱀에게서 새로운 지혜를 얻고, 영감을 얻는다. “저는 참 뱀이 예쁩니다. 그래서 뱀을 작품 속에 넣는데, 남들이 징그럽다고, 혐오스럽다고 뺀다면 그것은 제 고유의 것이 아니잖아요. 더욱더 뱀을 사랑스럽게, 표현한다면 뱀이라는 것을 뛰어 넘어서 정말 예쁘구나. 뱀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도 있구나 하게끔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이어서 “도자기 작품이나, 많은 작품들을 보면 용(Dragon)은 많이 등장하지만, 뱀이나 이무기가 등장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가야할 길이 용이 되는 것이라면 뱀은 그 첫 단계입니다. 뱀에서 이무기로, 이무기에서 용으로 발전해나가야 겠지요.”

  여자는 가정을 담아내는 그릇

그의 조각은 여자의 형상은 참으로 풍만하다. 날씬한 여성을 선호하는 현대의 추세와는 또 다른 시각이다. 소녀 같은 육체 속에서 때 묻지 않는 여성을, 때로는 섹시하면서도 순수한 느낌이 드는 엄마를 그의 작품은 풍만하게 표현한다. 창작의 중심을 화목과 행복의 지평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감정만을 주고 싶은 순간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그의 작품들이 다양한 정경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 만나서 내 작품을 보이고 싶었지만 그동안은 내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여성과 가족 그리고 풍만 그리고 ‘가족 시리즈’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창조하고 싶었고, 삶의 환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내년엔 20점 정도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는 이름이 있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은 그의 작품은 “모던한 세계에서 밝고, 쾌활한 생성, 생명의 세계로 승화되는 것, 그것은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조각의 만지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고 했다.

유머러스한 여인의 풍만함은 우리가 잊고 있는 여성성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임과 동시에 조각의 화려한 색채는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위트를 지닌 신선한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이다. 행복을 숨김없이 경쾌하게 드러낸 작가. 윤기호. 앞으로 그의 조각이 많은 사람에게 행복으로 다가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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