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세계의 여성

사람에 대한 무한 사랑이 빚어낸 두려움 없는 세계의 여성

  -가천 길재단 이사장 이길여

가천 길재단 이사장은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하나는 통합된 가천대학교 초대 총장으로 선임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미국의 3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선정한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Women in the World) 150'에 선정됐다. 그것도 한국판 표지의 모델이 되었다.

뉴스위크지는 올해 '두려움이 없는 여성들(Fearless women)'이란 주제로 열정과 도전으로 새로운 분야를 용감하게 개척한 여성 리더들을 발표했다.

뉴스위크지는 "이길여 총장은 의사로 출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의료취약지 병원 운영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심장병어린이 무료 수술 등 국경을 넘는 봉사정신을 몸소 실천했다"며 "교육자로서 가천대학교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인재양성에 앞장서온 점이 인정됐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150인에는 이 총장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장관,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주운동가, 종군기자인 마리 콜빈, 배우 안젤리나 졸리 등이 포함됐다.

  남들은 다 했는데 나라고 왜 못해?

가천대학교는 가천의과대와 경원대가 3월 1일 자로 통합 출범한 대학이다. 작은 산부인과 개업의사가 할생 수를 기준으로 수도권 사립 3위 규모인 대학의 총장이 되기까지 크고 작은 장애물도 적지 않았다. 그걸 이겨낸 방법은 단 하나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일까. “남들은 다 했는데 나라고 왜 못해?”라는 그런 자신감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사람이 못하는 일은 없어요. 그리고 과거의 전례가 있고, 누군가가 있다면 저 역시 못할 이유가 없죠. 그러고는 오로지 그 일에만 매달려요. 그리고 오로지 그 한 가지 생각만 한다. 꼭 이루어고야 말겠다는 생각, 어떻게 해야 이룰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요.” 그의 그런 기질 때문일까 가천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약대에 선정되었다. 그의 꼭 해야겠다는 집념은 그렇게 쾌거를 이루었다.

  강골 여성의 피가 흐르는 ‘철의 여인’

‘정말 강하다’는 표현이 맞다. 뭇 남성의 여러 몫을 해내는 그는 분명 또 다른 ‘철의 여인’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에 대비해가며, 자신의 나아가야할 길을 분명히 알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 특유의 섬세함과 집중력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이 총장까지 이어진 이러한 강골 여성의 피는 당당함 그 자체였다. “그것이 제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봉사와 함께 한 삶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봉사’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따라다닌다. 1993년 5월 인천 시내 초등학교 학생회장들을 단원으로 하는 ‘가천 미추홀 봉사단’으로 첫 삽을 떴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봉사의 즐거움을 가르쳐줄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그가 인천시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 ’봉사조기교육‘ 단체였다. 그러나 미추홀 봉사단을 만들 당시만 해도 봉사라는 것이 잘 몰라 시행착오도 겪었다. “내 물건을 남에게 주는 것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외국 유학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그는 계속 이야기를 이었다. “미국에 갔는데 한 직원이 목에 이름표 같은 것을 걸고 있는 거예요. 뭐냐고 물었더니 봉사할 때마다 자기네들의 봉사시간이 이름표에 기록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기록이 도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물었더니 만약에 사고가 나면 봉사시간이 많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치료해준다는 겁니다. 장기 기증이나 장기 이식을 한 사람도 모든 게 이름표에 기록으로 남아요. 국가는 그런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을 준다는 거죠 그것을 본 저는 봉사의 개념부터 바뀌어야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봉사의 이력은 그보다 더 먼저 의사 초년생 시절, 틈날 때마다 무의촌 진료를 나갔던 그에게 봉사는 그야말로 일상이었다. 병원 입장에서 환자가 ‘고객’이라면, 의료인의 입장에서 환자는 ‘봉사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는 그 의료정신을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으며 “어머니와 할머니는 집에 걸인이 왔을 때 한 번도 빈손으로 그냥 내친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집안에 걸인이 찾아오면 꼭 밥을 챙겨주셨어요. 부모를 잘못 만나 저렇게 된 거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하셨죠. 일종의 평등의식이 그때부터 싹튼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거지도 사람이다. 다만 환경을 잘못 타고 났을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두려움 없는 새로운 도전

그야말로 그는 두려움이 없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성남에 위치한 경원대가 가천대학교로 통합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일부 경원대 재학생과 졸업생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수년간 다닌 학교의 이름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의 더 나은 미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난해 대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대학통합을 최초로 이뤘습니다. 가천대는 사실상 네 개의 대학을 합쳐 탄생시킨 대학이에요. 기대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결국 대입 경쟁률이 높아졌고 입학 성적과 취업률도 크게 향상 되었습니다. 제가 총장으로 다시 선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꿈꾸고 열망해온 글로벌 명문대학 도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대학 서열요? 뚜껑을 열어봐야 알죠”

그에게는 뿌리 깊은 대학서열을 바꾸어보겠다는 다부진 포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서열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대학 통합 추진 과정에서 ‘한번 해보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교직원과 학생, 동문들의 눈빛을 보고 더욱 자신할 수 있었죠. 이제 그 결심을 실현할 일만 남았다”는 이길여 총장이다. 통합 후 가천대학교는 모집인원 4,500여명, 재학생 2만 명으로 학생 수 기준, 수도권 3위 대학으로 우뚝 올라섰다. 국내에서는 드물레 의대, 한의대, 약대를 모두 갖추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이제 2015년까지 국내 20대, 2020년까지 국내 10대 명문에 진입하는 겁니다. 가천대 발전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화, 연구역량 강화가 될 것입니다. 국제화 시해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대학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요.”

  ‘G2N3 프로젝트’

세계 대학들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천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할 계획이다. ‘G2N3 프로젝트’는 “두개 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세 개 분야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글로벌 캠퍼스(전 경원대)는 IT 및 바이오나노, 의료관광 등 첨단 분야를 선도하는 캠퍼스로, 메디컬 캠퍼스(전 가천의과대)는 의과학 및 의료보건분야를 선도하는 캠퍼스로 만들 생각입니다.”

  히포크라스 정신을 실천하는 길재단 이사장

“인생의 전반부는 의사로, 후반부는 교육자로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지난 나날을 보냈다면 이제는 생명을 살리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여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인류를 위한 지극한 박애정신, 히포크라스의 선서에 나온 말을 인용한다면 “나는 의학생들을 가르치거나 환자들의 질환을 연구하는 한편, 환자에 대한 기록은 냉정하게, 치료는 따뜻하게 하겠습니다. (중략) 나는 이 의술을 가르쳐준 스승님을 내 친부모나 다름없이 존경하고 사랑하겠습니다. 내가 지닌 재산을 함께 나누며 도움이 필요할 때 아낌없이 도와주겠습니다. 그의 자손을 내 형제와 같이 생각하여 그들이 이 의술을 원하면 대가와 조건 없이 가르쳐주겠습니다.” 이렇듯 이 총장은 히포크라스 정신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가천대학교를 이끄는 또 다른 리더십의 발현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후학들을 길러내는 ‘백년대계’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그의 바람대로 2020년에는 국내 10대 명문사학으로 진입하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박다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