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식품의 미래비젼

위기의 한국 농업의 미래를 말하다

  파워 인터뷰-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서규용

  농업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해도 우리 농업은 해결책이 없고, 희망이 없다는 투의 말을 쉽게 한다. 열 명의 농민 중 여덟아홉 명의 농민들도 우리 농업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농정의 참담한 결과를 본다면, 다가오는 농업의 위기를 생각한다면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희망이 없는 곳에 젊은 사람이 모일 리가 없고, 희망이 없는 것을 살리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부지원을 더 끌어내고,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엄살이라 할지라도 희망이 없다는 말을 자꾸 하면, 진짜 희망이 없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농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시킬 수 있다는 농림수산식품부의 포부가 야심차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있는 농업의 잠재력, 고부가가치로서의 식품의 가치산업, 한국 농수산 식품의 미래비젼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농업에 희망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우리 농업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 농업은 규모가 작고, 생산비가 높아 경쟁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농업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기 때문에 영농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잘해도 대규모 영농을 하는 농산물 수출국의 농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식량작물 이외에 축산이나, 과수, 화훼, 시설채소 등 원예특작의 경우, 규모가 경쟁력의 전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규모가 작은 것이 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땅은 모자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아돌고 있습니다. 쌀은 지금도 소비량에 비해 생산이 많아 휴경을 ‘권장’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20-30만ha는 더 ‘휴경 또는 작목전환’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많은 ‘휴경 또는 작목전환지’를 부작용 없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앞으로 우리 농정의 큰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영농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땅을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판로’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거기다 일손 구하기도 어렵고, 투자를 위한 장기저리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영농규모를 확대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인건비와 농자재대 등 생산비가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는 말도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산비가 경쟁력의 전부라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농산물을 당할 나라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건비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의 국가들은 많은 농축산물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도 농산물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농산물은 기후와 토양, 품종과 기술수준에 따라 품질에서,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농산물의 생산비는 상품과 하품 간에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몇 배나 차이가 납니다.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는 더 커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이 달라 지역특산물마다 독특한 향기와 맛을 냅니다. 향기와 맛을 잘 살려서 ‘명품’을 생산한다면 생산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높아질수록 최종가격에서 생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대만에서 일본산 사과 값은 우리 사과 값의 6배나 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 되면 농가생산비는 무의미해진다고 봅니다.

  Q: 농업인구의 감소로 추진하는 정책이 쉽지는 않을 텐데 그에 따른 대안이 있는지?

A:농어업인, 지자체, 농수협 그리고 기업 등이 출자를 해서 공동 투자하는 방법도 있고, 유통회사가 시, 군 행정주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지역 농수산물 마케팅을 주도하려고 합니다. 현재 농어업은 정체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식품산업은 생산액 100조원에 육박하는 고부가가치의 중요산업입니다. 식품산업육성을 통해 농어업과의 동반성장 및 부가가치 창출 필요하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하고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농민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생산 고령화 심각하고, 규모화가 진전이 없으나 그 부분은 유능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춘 영농주체의 발굴 육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가공유통 조직화가 미흡합니다만 유통채널 다양화를 통해 효율적 생산․ 가공 유통의 주체적인 육성 및 조직화를 통해 유통혁신이 필요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우리 농업에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데 그 잠재력은 어느 정도 됩니까?

A:우리 농업의 자연적인 여건도, 사회ㆍ경제적인 여건도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기후ㆍ풍토가 독특하고, 생산된 농산물도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맛과 향기가 독특합니다. 사회ㆍ경제적인 여건은 어느 나라보다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농업계는 농업과학기술, 식품가공, 농업정책, 농업금융, 지역개발 등 우리 농업ㆍ농촌 발전과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농림수산식품부가 추구해야할 비전이 있다면?

A: 한마디로 말해서 돈 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을 만드는 것입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빚더미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젠 농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합니다. 낙농업의 왕국인 네덜란드 덴마크의 예를 보더라도 고인건비, 나쁜 기후여건인데도 극복하고 세계 제일의 농축산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번 FTA를 계기로 농어업 선진화를 앞당기고, 세계와 견줄 정예 농어업민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종자산업과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도록 하고, 경쟁의 필수조건인 농어업 시설의 현대화와 품목별 맟춤형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농협 개혁을 통해 농협이 가공 판매를 할수 있도록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WIN-WIN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귀농, 귀촌 공동경영체 육성으로 농어촌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에서 보았듯이 위기의 한국농업이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 우리의 농어촌은 조금은 희망이 보인다. 부디 우리 농어촌에 사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줄어들길 기대해본다.

약력

48년 충북 청주생

청주고, 고려대학교 농학과 학사

국방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8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농림부 농산과장

농산원예국장

식량생산국장 차관보

농촌진흥청장

농림부 차관

한국마사회 감사

한국농어민신문사 대표이사 사장

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