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중재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은 결국 제도아닌 사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초대원장 추호경

  의료분쟁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잇다. 환자나 의료인 기왕이면 합리적인 해결이 최상인데 양쪽 다 입장이 팽팽하다. 또 환자가족은 환자 가족대로, 병원은 병원대로 양보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정말 해법은 없는 걸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추호경 초대원장에게 그 해답을 찾아보자.

  Q: 의료분쟁 제도와 의료 중재원은 어떤 일을 하는지?

A:소송기간 장기화 및 소송비용 과다로 인한 환자의 부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평균 소송기간은 26.3개월 정도 소요되고, 소송비용은 변호사비용을 포함하면 평균 500만원 이상이 지출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진의 방어진료 등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건의료기관 양측이 만족할 만한 의료분쟁조정절차 부재가 그동안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한 배상 및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었고,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 및 해외환자 의료분쟁 해결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의료분쟁 제도의 주요골자입니다.

  Q: 의사협회가 참여거부를 선언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법은 의사들이 의료분쟁에 시달리는 것을 구해달라고 해서 만든 것인데, 의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난동금지조항이 없다는 점입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조정하는 법이지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굳이 이 법에 난동금지조항을 둘 이유가 없고, 이미 의료법 등 다른 법에 처벌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보상비를 의료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에도 반발하고 있는데 이 사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무과실 보상제가 이번에 도입되었습니다. 과실여부를 판정하기 아주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무과실로 판정해 정부와 의료인이 3000만원 범위에서 7대3의 비율로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의사들은 무과실인데 왜 의사들이 보상을 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과실이란 과실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판정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쪽만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국가와 의료인이 함께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다.

  Q: 의사들은 얼마나 부담 하게 되는지?

의사들이 직접 돈을 내는 것은 없습니다. 상한선이 3000만원이고 이중 30%를 부담하니까 900만원을 보상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거죠. 의료기관이 기금에 돈을 내는 것입니다. 의사 부담을 30%로 계산하면, 분만진료 건당 의료기관이 2862원을 기금에 내면 됩니다. 나머지 70%는 국고에서 기금에 돈을 내게 되는 거죠. 이 돈으로 분만사고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것입니다.

  Q: 무과실 보상은 모든 의료사고에 다 적용이 되는지?

  A: 아닙니다. 시범적으로 분만사고로만 한정했습니다. 분만사고로 산모나 태아가 사망하거나 뇌성마비가 됐을 때 무과실 보상의 대상이 됩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이 되면 점차 늘려갈 계획입니다.

  Q:의료분쟁 조정은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지?

A:의료사고로 분쟁이 생기면 피해자나 의료기관 등 양쪽에서 모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법조인과 의료인 등이 참여한 감정단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꼼꼼히 분석해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감정결과를 바탕으로 당사자들이 참여한 조정위원들이 조정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절차가 3∼4달 안에 끝나도록 돼 있습니다.

  Q: 감정단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A: 감정부는 내과 산부인과 등 각 과별로 15개부가 있습니다. 각 부에는 의사 2명, 법조인 2명, 비영리사회단체 추천 1명 등 총 5명의 감정단이 있습니다. 15개부니까 모두 합하면 75명의 감정단이 되지만, 지금은 약 50명 정도 준비되었습니다.

  Q: 의사협회에서는 의사들이 참여를 막고 있던데 해법은 없는지?

A:의사협회에서 추천을 안 해 주고 있지만 다시 협조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의사들은 자연과학적 판단에 왜 비전문가인 법조인을 포함시키냐는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의료사고는 자연과학적 판단보다는 사회과학적 판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감정단을 모두 의사들로만 채우면 기존의 제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겠죠.

Q: 초대 원장으로서 의료중재원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

A: 모든 일은 첫 걸음이 중요합니다. 환자나 의료인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조정이나 중재를 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신속, 정확한 조사와 판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신력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만 정확히 한다면 의료분쟁 해결은 거의 끝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중재원에 전문지식과 균형 잡힌 사고를 갖춘 훌륭한 감정위원들을 많이 위촉했기 때문에 전망은 밝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Q:기존 의료분쟁 해결 시스템의 문제점이 있다면?

A:의료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주체의 전문성 부족과 해결에 장기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의료법에 근거한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전문성 부족으로 유명무실했고, 한국소비자원은 피해액이 소액인 사건에서만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료분쟁은 소송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1심 판단이 나오는데 만 평균 2년 2개월 이상이 걸리고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최소 5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컸죠. 의료중재원은 저렴한 비용으로 90~120일 이내에 신속하게 조정·중재 절차를 완료하는 만큼 환자나 의료인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검사 시절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법조인으로서 의료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A: 1980년 서울남부지청에 초임검사로 발령받은 후 보건 전담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보건이라는 것이 의료, 약품, 식품에다 공해까지 포괄하는 데다 내용 역시 전문적이어서 무척 난감했습니다. 당시 지인 한 분이 서울대 보건대학원 커리큘럼을 보여줬는데 마침 야간 과정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원서를 냈습니다. 두달 반 이상을 고시 준비하듯 보건학개론 등을 공부했더니 뜻밖에도 좋은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이두호 당시 환경부차관께서 박사 과정도 함께 다니자고 권유해 내친 김에 등록을 했습니다. 박사 과정은 의료과오와 의료분쟁 문제로 특화해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한의료법학회 등 학술단체나 보건 관련 사회단체 활동에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Q:법률의 내용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는데 대안은 있는지?

A:법률적 문제점은 운용의 묘를 살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제도든 제도를 시행하는 사람이 진실 되고 또 다른 사람이 믿어준다면 제도의 결함은 얼마든지 바로 잡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어 추원장은 “환자나 의료인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의료분쟁의 합리적인 해결이라는 큰 소임을 맡게 되어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동안 의료소송 장기화와 고비용 등으로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고, 또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아 도울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 의료중재원 설립으로 이런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은 결국 제도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약력

추호경원장은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검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대전지검 천안지청장 등을 지냈다. 2004년 변호사 개업 후에는 생명보험협회 법률고문, 대한병원협회 법률고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보건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