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리는 미래를 위한 가치투자이다

  (글) 익산국악원 임 화 영 원장

한국저널리스트클럽 문화예술 분과위원

해외를 나가보면 자기네 나라들의 전통춤과 전통 민속음악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초등학교 이전부터 교육을 시켜 그 나라의 국민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소양을 쌓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외국인들이 정작 한국에 와서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은 전통의 뿌리가 살아있는 우리의 소리와 전통고전무용일진대, “너희 나라의 전통음악과 춤을 출 수 있는냐?”는 질문에는 부끄러워진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있다. 지난 2003년에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아직도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조차도 없다.

그나마 최근엔 우리 소리에 대해 배우려고 노력하고, 우리의 것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려는 시민의 모임도 있어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안타깝기만 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걸까?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한복보다는 청바지가 편해졌고, 우리의 국악보다는 서양의 음악이 더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은 교육의 부재탓이다. 이제는 특정인만이 소리를 배워야 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소리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하여 지금부터라도 판소리학교를 세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단순히 커리큘럼에만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시를 동시에 겸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학문으로 가치를 지녀야 한다.

지금은 그나마 공익방송인 방송매체도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도 역부족이다. 꼭 그것도 인기 없는 시간에 국악 방송시간에만 틀어주는 것도 문제이다. 방송을 틀면 자주 우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친근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지 못한 것도 아쉬울 따름이다.

최근엔 어려운 음악을 쉽게 설명해주는 음악들이 인기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판소리는 단지 고전문학에 지나지 않는다. 판소리는 국민들이 다 아는 고전이다. 하지만 고사성어(故事成語)들이 많고, 한문 투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못 알아듣는다는 단점이 있다. 좀 더 친근한 해설을 곁들인다면 대중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언이 있다. 판소리는 우리의 삶의 고단함을, 한을 노래로 풀어내는 것이다. 옛 선인들의 지혜와 삶이 결집되어 있고, 우리의 몸 안에서, 우리의 가슴 안에서 체화(體化)되어 있는 가락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소리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소리, 판소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기 때문에 세계인들은 우리의 판소리에 흠뻑 빠질 수 밖에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인생의 대 서사시’라고도 불린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것을 사랑해야한다. 그 이유는 우리 것은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고 우리가 지켜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꿈 그리고 선인들의 얼과 혼을 지켜내야할 의무가 있고, 우리는 다음세대로 전승해야할 책임이 있다.

정부도 더 이상 ‘우리의 소리 교육’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얼과 혼이 배어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욱 발전시켜야할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판소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투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