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연

미소를 머금은 목련꽃 향연

-꽃의 화가 노선희

  노선희 작가는 지난 4월 2일 부산시청 전시실 문화공간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기자가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하얀 백목련 꽃으로 눈이 부시다 못해 시렸다. 행복함과 청순한 에너지가 넘쳐나는 작품을 통해 작가와 교감하고 싶어 하는 그림세계는 순수하고 하얀 목련꽃으로 화가의 청순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자연 속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새하얀 목련꽃은 약한 존재지만 작가가 캔버스위에 표현해낸 목련은 부드러우면서 섬세한 꽃으로 다시 피어나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자리였다. 자목련은 강렬하면서도 화사했고, 백목련은 소박하면서도 화가의 뜨거운 열정으로 작가의 손끝을 통해 자유로운 붓놀림 속에서 백색향기의 순수함과 단아함을 담아냈다.

그자신이 꽃이고 백목련처럼 하얀 마음으로 착하고 곧게 살고 싶어 하는 작가, 그는 누군가가 불러내주지 않으면 작업실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림에 중독되어 있는 작가의 눈과 마음은 목련꽃처럼 정말 천진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자기의 내면에 순수한 정열을 목련꽃을 통해 쏟아내고 있는 노선희 작가의 그림세계를 들여다본다.

숙명을 거부할 수 없는 소녀의 꿈을 이루다

목련은 ‘자연에 대한 사랑’ ‘숭고한 정신’ ‘은혜’ ‘존경’ ‘절개’ 라는 꽃말을 함축하고 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개울이 목련가지 끝에 깨어나고, 발밑에서 솟아 오른 푸른 새싹들이 목련꽃과 더불어 기지개를 켠다. 목련은 북쪽을 향해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것은 바다의 신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는 백목련의 전설과 함께 그가 가장 사랑하는 꽃 백목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목련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소녀의 꿈은 ‘화가’였다. 어렸을 때 기와담장 너머 가지를 늘어뜨린 목련꽃이 어린 눈에도 운치와 멋으로 다가왔고 그런 목련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잔영(殘影)으로 남아 지금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래서 그림을 공부하고, 석사과정까지 밟은 그는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꿈에 대한 열정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 중의 하나가 목련이다.’ 캔버스의 목련꽃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미소를 머금고 있다. 특히 노선희 작가의 올해 전시주제는‘작은 미소(Small Smile)’이다. “작은 미소란 붉은 장미의 화려함이나 정열적인 노란색의 해바라기가 아닌 어찌 보면 백의민족의 새하얀 한복의 이미지를 닮은 목련에서 작가가 느낀 감성을 반영한 타이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목련을 유독 사랑하는 이유는 “화려하지는 않으면서도 우아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4월에 피는 목련은 ‘꽃 중의 왕’이다” 며 “은은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만지고 싶을 만큼의 충동이 절로 느껴지기도 하는 꽃입니다. 활짝 핀 목련보다는 봉오리가 막 올라와 함초롬히 입을 다물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말은 노화백과 닮아보였다. 그만큼 그도 수줍은 듯 꽃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유화에 여백의 미(美)를 담아내다

그가 하나같이 작업한 목련꽃은 유화이다.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그동안 다른 유화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만나게 된다. 캔버스를 빽빽하게 채워놓은 서양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백의 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폭은 답답함에서 벗어나 감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였다. 또한 여러 가지 혼합재료를 조합해서 그 어떤 작가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캔버스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이 독특한 배경은 2005년도부터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작업해 여러 각도로 그림을 조명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에 맞는 마띠에르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를 살리기 위해 작가는 색다른 작업 과정을 밟는다. 시중에서 파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노선희 작가는 여러 가지 재료를 직접 혼합하여 성격에 맞게 재료를 섞어 독특한 마띠에르(질감)를 만들어 캔버스에 입힌다. 작가가 표현하는 마띠에르는 무한한 표현력을 가짐으로서 반복적인 작업을 수개월 동안 말리기와 사포 작업을 반복하면서 거친 재료질감의 추상미를 보탠다. 1차 작업을 거친 후 아크릴 작업이 이어진다. 아크릴 작업을 통해 여백을 마무리한 다음 마지막으로 oil 작업이 꽃으로 표현되어지는 정교한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은 오랜 시간 속에서 탄생된다.

  서양화의 한계를 극복한 정체성

그는 목련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배경입니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바탕 위에 꽃을 올림으로써 배경과 대비되는, 강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목련을 한두 번 이상은 모티브로 작업하나 대부분 꽃 위주의 작업이죠, 그러나 그건 목련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모르는 작업일 수 있습니다. 목련꽃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연꽃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꽃이기에 꽃에 중심을 두지만, 나무에도 비중을 두고 작업에 임한다"라고 한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럭셔리(luxury)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배경이 돋보인다. 그 밖에도 실크스크린, 퀴즈(화면을 사포로 긁어내는 것)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그림에는 서양화에 동양화의 옷을 입히듯 혼합된 색감으로 정교하면서도 맑고 밝은 색으로 부드럽게 작품의 원숙미가 두드러진다. 이는 혼합재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각도로, 시각으로 여러 가지효과를 얻는 동시에 색의조화를 이루면서 편안한 느낌이 새로운 아우라를 창조해내고 있다.

작가는 백목련 그림을 통해 서양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의, 한국인만의 정체성을 그림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힐링(Heeling: 치유)으로서의 그림

작가는 “비운다는 것은 또 다른 면에서는 채운다는 의미이기도 한다.”며 “자기가 그린 그림을 얼마나 사랑하고 만족하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도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작가스스로의 작품에 기쁨을 느끼고 작품 속에 혼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작은 미소는 비움의 공간에 감상하는 이들이 자기들의 감성과 이야기를 풀어 담을 공간을 줌으로써 목련꽃 주위에 공간도 남겨 두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꽤 여러 해 목련을 그렸지만 목련을 그릴 때만큼은 행복하고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어느 한 분께서 제 작품을 구입하셨을 때 그 작품을 내 품에서 떠나보내기 싫었어요. 그러나 그 댁에 방문하여 내 작품을 본 순간 ‘아 이 그림의 주인은 따로 있었구나. 내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댁의 여사님은 몸이 불편한 남편에게 그림으로나마 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에 내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게 너무나 행복했고, 다행스럽게 느껴졌어요. 제 그림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도 편안함과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10년 혹은 20년 세월이 지나서도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편안함이 그대로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

“그동안 작업해온 배경의 재료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배경의 질감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야겠지만, 배경 분위기에 더 깊은 현대성을 가미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주제가 눈에 보이는 구상계열이지만, 더 많은 질감을 연구해서, 비구상계열의 배경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배경도 단순하게 처리함으로서 얻어지는 이득 즉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와 배경으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질감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리 없이 피어나는 목련의 겸손함이, 아름다운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꽃이다. 꽃은 유한하다는 점에서 인생과 많이 닮았다. 그 유한한 생명에 그림으로 무한의 시간에 가두어 놓았다. 백목련의 깨끗하고 소박한 정서가 많은 사람에게 힐링’으로서의 다가서는 그림이길 기대해본다.

프로필

서울여대 서양화과 졸업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7 회

한국미술협회 미술 진흥위원

코리아 아트페스타 운영위원

국가보훈 문화예술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 회화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대한민국 새하얀미술대전 심사위원

부산미협, 강남미협, 한국여류화가협회 회원

미술단체 군록회 총무, 더라인 총무, 영토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