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중산층

개인파산 급증  중산층의 몰락, 짙은 불황의 늪에서 신음한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득과 일자리가 줄고 이자부담과 생계비 부담이 늘자 서민들은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지만 장기 불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서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내수경기 침체를 심화시켜 소득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형국이다. 불황의 그늘은 개인파산과 세금체납 증가는 물론 서민들을 생계형 범죄와 자살 등으로 내몰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의 가정해체로 이어지는 등 경제.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 급증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내수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월급생활자들의 소득감소 등으로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8661건, 8908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3806건으로 2년 사이 59.4%나 급증했다.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만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1만80건으로 지난해 연간 신청건수의 73%에 달했다.

하반기에도 경제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2만건을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급여소득자들이 채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갚을 여력이 크게 떨어지는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들도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방소득세와 자동차세, 재산세 체납 증가

서민들의 가계 부담 가중은 자영업자의 지방소득세는 물론 자동차세·재산세 등 지방세 체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의 강력한 세금 징수 정책에도 체납액은 더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2008년 3조3481억원에서 2010년 2조4059억원으로 줄었던 지방세 체납액(누적치)은 2011년에는 3조3947억원으로 무려 41%나 늘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5월 말 현재 지방세체납액(누적치)은 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억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소득세 체납은 2800억원으로 1년새 1000억원이 증가했다. 그만큼 1년 안에 문을 닫거나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소득세는 개업 1년 후에 부과하는 것으로 최근들어 1년이 안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면서 지방소득세 체납액도 급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강생 줄어 학원가 불황

서울에 거주하는 수험생 김모양(19)은 다니던 입시학원과 개인과외를 지난달 그만뒀다. 경기 불황으로 가정형편이 더 어려워진 탓에 부모님에게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대신 김양은 최근 EBS 수험서를 들고 학교로 등교한다. 정부가 EBS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의 70% 정도를 출제키로 했기 때문이다. 방과 후에도 학원과 개인과외 대신 EBS 영상으로 강의를 듣고 복습한다.이처럼 학원비 지출을 줄이고 EBS 등 공교육 채널에 집중하는 수험생 가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수학강사는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정책과 수능시험의 EBS연계 정책,가계불안 등으로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사교육1번지'인 서울 강남권 학원들마저 수강생 감소로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입시학원 원장은 지난해부터 수강생이 줄기 시작해 올해는 2년 전보다 15%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원 원장은 "강북 등지에서 찾아오던 학생들이 수업료와 교통비 부담 등을 감당하지 못해 강남지역 학원 수강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비강남권 학원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강북의 한 대형입시학원은 최근 분원을 리모델링해서 커피숍과 함께 편의시설 등으로 바꿨다.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대안이었다.

사교육 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져들면서 참고서 시장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서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생 참고서 시장에서 팔리는 책은 EBS교재뿐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참고서 시장 악화는 참고서업체들의 주가에 그대로 투영됐다. '교육계의 대장주'로 불리는 메가스터디는 최근 주가가 7만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걷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주가가 7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6년 3월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생계형 범죄·생활고 자살

대구의 한 정육식당에서는 50대 남성이 돈을 내지 않고 고기를 달라며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경찰조사에서 "고기를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라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네 아이의 엄마인 A씨(36)가 가게에서 5차례에 걸쳐 분유 20통(시가 100만원상당)을 훔치다 붙잡혔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여야하지만 돈이없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떨궜다.

생계형 범죄를 의미하는 '단순절도'가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7만7429건이던 단순절도는 2010년 21만1991건으로 늘었다. 역시 생계형 범죄로 분류되는 보험사기도 증가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전국에서 검거된 보험사기범은 1만290명으로 2007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검거된 보험사기범은 1만5000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나 경제위기가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절도와 보험사기 등 생계형범죄 증가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경기 장기불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계비가 없어 서민들이 범죄자로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중견연기자 남윤정씨(58)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유서에는 남씨가 생활고를 비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전북 전주에서는 주부 진모씨(31)가 두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진씨는 "남편 곁으로 간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시어머니에게 보내고 두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물차 운전을 했던 진씨의 남편 엄모씨(34)도 한달 전 생계를 비관해 자살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40대 자살원인 가운데 채무문제가 3위를 차지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 통계에서도 자살충동을 느낀 남성의 경우 절반정도인 44.9%가 경제적 어려움을 그 이유로 꼽았다.

  ■'독버섯' 사금융이 번진다

지난 4월 13일부터 5월 말까지 경찰은 무려 6000건이 넘는 불법사금융 사범을 검거해 이 가운데 168명을 구속했다. 검거건수를 비교해 볼 때 지난 2011년 같은 기간보다 400%가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합동으로 운영한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는 2만9000건의 피해신고와 상담이 접수됐다. 이와 별도로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이 참가한 불법사금융 피해 합동수사단(단장 한명관 대검 형사부장)은 6월 말까지 60여건의 불법사금융 사례를 적발해 이 가운데 41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봉급생활자와 장사를 접은 자영업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청년실업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독버섯처럼 증가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는 일자리 창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도 시급

전문가들은 서민층의 몰락은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부작용과 부담을 몰고 올 수 있다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을 구하기 위해 서민경제 살리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출경기가 급락"하고 있다며 "수출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이미 취약한 상태인 내수부문의 장기불황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서민경제 살리기와 이를 통한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소비산업 시장 관련 규제 완화, 경공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 악화 방지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소득 및 일자리 감소와 함께 월급생활자들의 소비지출을 줄이게 한 또다른 원인이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자부담 증가 등 이른바 '하우스 푸어'의 증가에 있는 만큼 획기적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