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생활기록부

  학교생활기록부 소통과 참여로 바꾸어야

  서열에 짓눌린 학생들 행복지수 최대화에 노력을 다하겠다.

                             전북도교육청 김승환 교육감

학교문화를 소통과 참여로 바꾸어야 구성원들이 수업혁신의 길로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학교혁신의 성공은 경영자들의 마인드의 변화와 창의적인 고민 속에 그 길이 있다.

타율적인 규제보다는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수용성이 높아진다. 학생 내부의 자발적인 규제 장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Q.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요구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하여 교육감님께서는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여시고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교육공동체들과 탄핵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말씀하셔서 교육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처럼 전북도 교육감님께서 상급관청인 교과부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말씀해주시죠?

A. 교과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1호 서면사과에서부터 9호 퇴학처분까지 모두 학생부에 입력해 졸업 후 5년 간 보존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기록된 학생부를 대학입시나 취업 자료로 제공해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하고, 개별 법률인 초중등교육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며, 소년법이 규정하는 소년사범에 관한 입법자의 명확한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교과부의 지침을 거부했습니다.

 Q. 먼저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가해자인 학생에게 장차 어떤 악영향이 있다고 보십니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A. 교과부 지침대로 한다면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만 6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까지 학교폭력범으로 낙인찍어 고2가 될 때까지 빨간줄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고1 학생은 졸업 후 5년간 대학입시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성장기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아이들의 삶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새겨 넣고,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참고로 3년형 이상의 전과기록도 5년이 지나면 말소하는데 그보다 훨씬 가벼운 학생의 징계기록을 졸업 후 5년간 보존토록 해서 진학과 취업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을 뿐더러 법에도 어긋나는 폭력적인 대책입니다.

Q.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교육감님이 보시기에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와 관련하여 가해자인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적인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교육현장에서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전라북도교육청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확고한 방침을 정해 이미 각급학교에 전달했습니다. 내용은 법원에서 형사범죄 확정판결을 받은 학생에 한해 기재하되, 학교생활기록부를 출력해 해당 내용을 수기(手記)하고, 이 자료는 인성인권부장, 교감, 또는 교장이 대외비로 관리해 해당 학생이 졸업하면 폐기토록 했습니다. 정보 공개는 원칙적으로 학부모와 학생 본인의 동의 없이는 외부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교육청의 방침이 가장 이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상곤 경기도 ,장만채 전라남도, 장휘국 광주광역시, 민병희 강원도, 김승환 전라북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Q. 입시위주교육, 사행성, 사회구조에 의한 우리 청소년들이 피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A. 교과부가 지금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경각심, 즉 겁을 줘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인들의 범죄예방과 관련해서도 ‘가혹한 형벌이 높은 범죄억지력을 갖지는 않는다’는 것은 형사법적으로 충분히 증명된 사항입니다. 더군다나 학생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성인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보다 훨씬 더 교육적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잘못을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사법기관에서나 할 일입니다. 학교는 가치기준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숙한 인간을 성숙한 단계로 이끄는 기관으로, 아무리 죄가 미워도 공적 체제를 통해 응징하듯 처벌하면 안 됩니다. 성장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엄벌보다는 관용이고, 억압보다는 설득이며, 타율적 복종보다는 자발적 순응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의 선생님들을 과중한 업무로부터 해방시켜줘 학생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업무 부담을 벗어던지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준다면 학교폭력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임기동안 바람이 있다면.

A. 취임 후 지금까지 교육감으로서 외부의 그 어떤 압력과 저항에도 제가 지키려 했던 것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과 미래였습니다. 점수와 서열에 짓눌린 우리 아이들에게 ‘쉴 틈, 놀 틈, 꿈꿀 틈’을 주기 위해, 또한 우리 아이들이 성적과 가난, 장애, 성별, 피부색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교육감의 권한행사를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최대화하는 데 맞췄습니다.

교원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자긍심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교육환경과 체제를 바꾸는데 진력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전북교육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 같은 원칙은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경우라도 우리 아이들의 삶에, 인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반드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또 교사와 교육행정직 모든 분들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점수 1, 2점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데만 에너지를 집중해서는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전북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 권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