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세계 최초의 휴대용 MP3를 만든 것은 한국의 벤처 기업 디지털 캐스트였다. 2004년까지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것도 한국, 하지만 한국은 순식간에 MP3 시장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특허권까지 미국 기업에 팔아버렸다. 국가지식위원회는 미국에 특허권을 넘기는 바람에 최소 3조원의 특허료를 손해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뛰어난 창의성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통해 그 대안을 없는가?

핀란드는 한국처럼 세계 1위 휴대전화 회사였던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해왔던 국가였다. 노키아의 매출이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20%나 될 정도여서 노키아가 망하면 핀란드가 망한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노키아가 휘청거리자 2009년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8.3%를 기록할 정도로 큰 위기에 빠졌다. 바로 그 때 앵그리버드의 등장은 대기업만 쫓던 핀란드의 경제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핀란드 청년들은 휘청거리는 노키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대거 창업을 택했다. 먼저 창업에 성공한 벤처 사업가들은 새로운 예비 창업자들을 이끌면서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벤처 불모지였던 핀란드에 거대한 벤처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또한 세계에서 2번째로 연구개발 예산 증가율이 높은 한국에서 정작 뛰어난 연구결과가 나오지 못하는 원인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평가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당장 프로젝트 성공에 급급해 성공하기 쉬운 연구과제만 도전하고,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근본적인 투자보다는 당장의 연구 성공에만 집착하다 보니 한국의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밑 빠진 독의 물붓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세계 기초과학의 산실인 미국 국립보건원과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대한 취재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됐는지, 또 미국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게 됐는지 세계최고의 과학기술은 단지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공하기 힘든 연구에 도전하도록 국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눈앞의 연구과제에만 집착하지 않고 강력한 인적자본을 형성하기 위해 투자를 유도해야 달성될 수 있음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선도 기업을 베껴서 빠르게 따라잡는 기존의 추격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제 모험적인 도전에 나선 젊은 창업자와 과학도를 격려하고 그들의 성공을 이끌며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제 한국이 선진국으로 들어서느냐 아니냐는 새로운 혁신은 창의성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