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이렇게 큰데, 잔 허리처럼 중견기업은 약하고 밑받침인 중소기업은 취약하다. 글로벌 기업이 된 우리 대기업들은 모두 1,93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탄생했다. 다시 말하면, 1980년 이후엔 새로운 대기업을 키우는 '성장 사다리'가 실종됐다는 얘기다.

문제가 뭘까? 무엇보다도 기업을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소리를 한 방향으로 모아 보내, 안내방송 시설등에 쓰는 특수 스피커 이 회사는 모두 11개의 기술 특허를 냈다. 지난 2009년 창업이후 정작 어려웠던 건 이런 기술개발이 아니라 자금 마련이었다. 직원들 돈까지 쏟아 부었다.  제영호(스피커업체 대표)는“창투사 문을 두드렸지만 보는 게 재무제표고 3년 동안 재무제표가 좋아야 한다”며 “제품 만들어내면 당연히 돈을 까먹기 마련인데…” 

한정수(인텔캐피탈코리아 대표)는 “열심히 했지만 운이 나빠서 실패한 회사들 도 많은데 그런 회사의 경영자들을 믿고 다시한번 투자하는 게 실리콘밸리 문화다."

8년 전 사업에 실패한 이원배 사장은 새로 기술 특허까지 받아 재기를 꿈꾸지만 돈 구할 데가 없단다. 우리 기업인들에게 '실패'는 결코 '성공의 어머니'일 수 없는 상황이다. 창업이 힘든 대신 성공하기는 쉬울까요? 벤처 기업 창업자라면, 아마 이곳 코스닥 시장 상장이 꿈일 거다. 10년 전만 해도 한 해 150개 기업이 상장됐는데 지난해21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 자체가 허위공시, 주가조작, 대주주 횡령 등으로 신뢰를 많이 상실했다. 책상 위에까지 반도체 회로기판을 깔아 놓은 이 벤처기업은 휴대 전화용 반도체 칩 개발이 주 종목이다. 지난 2년간은 매출이 없었지만 최근 미국 벤처 캐피탈 등에게서 11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를 세운 고범규 사장은 9년전 휴대전화로 TV를 볼 수 있는 DMB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