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유통재벌 총수들에 대한 재판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이런 혐의로 재벌일가를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어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국회 불출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법정에 출석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kbs 방송 캡쳐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성실히 재판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지선(현대백화점 회장)"죄송합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재판은 30분도 안 돼 끝났다. 선고일도 다음달로 신속히 잡혔다. 이들이 법정에 서게 된 건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는 '골목상권' 침해를 따지겠다며,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정유경 네 사람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모두 해외출장을 핑계로 나오지 않자 이들을 고발했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으로 검찰은 그동안은 혐의가 가볍다고 봐 재판 없는 벌금형으로만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정식 재판에 부쳐 이들을 법정에 세웠다. 국회 증인으로 안 나와도 고발은 10명 중 1명꼴, 그것도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던 종전과는 판이한 분위기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내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다음달 26일에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