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민심 어떻게 풀려나

청·내각 전면쇄신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65)를 지명하는 등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일부 단행했다.

인적쇄신 핵심으로 지목돼온 청와대 ‘3인방’ 비서관에 대해서는 업무조정만 했을 뿐 그대로 청와대에 머무르며, 김기춘 비서실장도 유임됐다.

그동안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 잇단 청와대발 파문으로 불거진 쇄신 여론엔 인사개편이 미흡하나 청와대의 불통 및 폐쇄적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국정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최근 신년 업무보고가 끝남에 따라 사의를 수용했다”면서 “후임 총리에 이완구 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김영한 전 민정수석 항명사태, 연말정산 파문 등으로 악화된 민심을 다독이고 집권 3년차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개편이라는 설명이다.

여론의 눈총을 받은 청와대 3인방과 김기춘 실장은 자리를 지켰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유임됐으며, 이재만 총무비서관도 인사위원회 배석이 금지될 뿐 이동은 없었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만 ‘제 2부속실 폐지’에 따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수평이동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할 일이 남았다”며 당분간 유임됐다.

수석비서관 10명 중에는 3명이 바뀌었다. 국정기획수석실을 개편한 정책조정수석실 수석에 현정택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내정. 유민봉 초대 국정기획수석은 물러났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이 물러난 자리에는 조신 연세대 교수가 내정. 김영한 전 수석 항명 사퇴로 공석 중인 민정수석에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승진 발탁, 우 내정자는 대검 중수1과장 재직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으며, 지난해 정부공직자윤리위 재산공개에 제일 많은 423억3230만원을 신고했다.

민정특보에는 법조계 대표적인 대구·경북 인맥으로 통하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 신성호 전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이 각각 내정됐다.

2월 첫째주 해양수산부 장관 지명 등 추가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등 청와대가 3~4단계에 걸쳐 여권 인적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임 해수부 장관은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유력설이다.

박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한국갤럽 여론조사 최저인 30%로 기록발표 당일 전격 이뤄진 개편이 여론무마용 ‘물타기 인사’ ‘급조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3인방’에 대한 인사 조치가 없는 점 등을 문제 삼아, 민심에 역주행한 인사다고 비판했다. 이날 내정된 8명 인사 중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어서 지역편중 논란도 제기됐다.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는 “야당과 언론의 목소리를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리고,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쓴 소리의 본질이다”고 했다.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출근해 ‘현 시점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쓴 소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사 발표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께 쓴 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다”며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첫 출근 소감에 “밤에 잠을 설쳤다”며 “국민들이 어떠한 총리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또한 “모든 판단의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야한다”며 “국민과 함께 뒹굴고, 함께 웃고, 우는 자세가 안 되면 현 난국을 풀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