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두 갈래의 강온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여야의 가파른 대치정국을 예고했다. 어제(8일)당 대표 선출 후 수락 연설에서 “민주주의,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비록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치적 ‘선전포고’를 했다.

문 대표의 전면전 발언은 결국 전통적인 야권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가깝게는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총선과 오는 2017년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문 대표는 이 중요한 두 선거에서 승리해야 야권의 대권후보로 또다시 도전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여 진다. 총선에서 만약 야당이 패한다면 문 대표는 대권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인생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문 대표는 선명성을 더욱 부각하며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여당 및 청와대에 강공 드라이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여 전면전의 첫 시험대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새정치연합이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규정하고 인준반대를 공식당론으로 채택한다면 청와대와의 대립각은 시작부터 커지게 된다.

청와대는 후속 부분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주요 정치일정을 모두 이 후보 인준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여서 인준관문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인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정쇄신을 위한 박 대통령의 인적 개편이 이른바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게 되면 문 신임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은 이를 대대적인 공격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이 청와대와 확실한 각을 세우면 여야 관계에도 덩달아 대치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표는 증세, 복지 논란을 비롯해 개헌문제 등을 두고 여당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강공 드라이브에 비노계와 중도 층 국민들이 어떤 호응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좌우될 공산이 크다.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를 시작으로 국론분열을 끝내겠다는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오늘(9일)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 과를 비판하는 국민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공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도 많다”며 “평가의 차이는 결국 역사가 해결해주리라 생각하지만, 묘역참배 여부를 둘러싸고 계속 이런 갈등을 겪는 것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 그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늘 두 전직 대통령 묘역참배는 외연 확충을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8%가량 득표하고 패배해 2%부족한 게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문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통해 보수층과 중도층 등을 통합, 자신의 지지층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경선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밝혔듯이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하면서 폭넓은 스펙트럼의 정책과 노선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문제에서는 복지와 분배뿐 아니라 성장의 필요성에도 주목하고, 안보 문제에서는 보수적 입장도 가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과거 친노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잡아온 '편협한 강경' 노선에서의 탈피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력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내 고질병인 계파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제로 이번 경선에서 박지원 후보가 비노그룹의 지지를 얻으며 문 대표와 불과 3.52%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점은 문 대표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의식하듯 문 대표도 친노가 실질적으로 당의 중심 세력이지만, 여러 계파 인사를 고루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갈등 해소방안에 백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제도를 확립해서 계파 갈등 소지를 없애겠다”고 했다. 또 “4월보선 준비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다”며 “이번 보선에서 틀림없이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표가 당 사무총장, 대변인 등에 어떤 인사를 기용하느냐에 따라 계파갈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당의 화합을 위해 비노 인사를 주요보직에 기용할 것으로도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