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구매·이자면제·토지대납…지방재정 누수 심각

감사원은 22일 행정자치부와 93개 지방자치단체(광역 14개·기초 79개) 및 산하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말부터 3개월간 진행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선거에서 자신을 도운 사료업체의 사료16억원어치를 구매한 기초자치단체장 등 부당한 지시나 부적절한 업무 진행으로 지방재정에 손실을 끼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현 김제시장 A씨는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준 고향 후배의 사료제조업체로부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가축면역 증강제보조사료 등 16억1200만원어치를 부당한 방법으로 시에서 구매해 축산농가 등에 무상 보급하도록 했다.
5년간 김제시의 특혜 구매액은 같은 기간 B사 전체 매출액(17억5100만원)의 92%를 차지했다. 또 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1억원미만으로 쪼개는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 A시장은 구매가 부당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직원을 타부서로 인사 발령하는 전횡을 일삼았다. 이에 감사원은 A 시장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김제시에 통보하는 한편, A 시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화성도시공사의 전C사장은 2010년 사장 재직 당시 '조암지구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위해 5개업체 컨소시업과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공사 소유 사업부지를 매각하면서 공사 규정을 어겨가며 SPC 측과 특혜성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C사장은 당시 공사측은 SPC로부터 사업부지 대금 419억원 중 40%인 160억원만 받은 상태에서 소유권을 이전해주고 잔금 259억원은 개발사업이 끝난 후 받기로 하면서도 공사 이사회의 의결도 없이 잔금 납부가 늦어지는 데 대한이자 38억원을 SPC로부터 받지 않기로 결정해 손해를 끼쳤다. 감사원은 이에 화성도시공사에는 전C사장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한편 전C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현 경주 D시장은 2012년 6월 노인종합복지관 건립을 위해 리모델링용 낡은 호텔을 46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에 앞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려던 기본계획에도 불구하고 건물 소유주가 정밀안전진단을 거부하자 정밀안전진단 없이 건물을 매입했다. 매입 완료 후 안전진단 결과 등급 최하위인 'E단계'가 나오면서 시는 결국 사업계획을 변경, 건물을 철거해 결과적으로 건물가격(7억6700만원)과 철거비 등 총 11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현 강릉시장 E씨는 2007년부터 민간사업자의 골프장 조성사업을 감독하면서, 민간사업자가 사업대상 부지 내에 있는 국방부 소유 부지와 교환할 대체 부지를 매입해 기부채납하기로 계약을 맺고도, 약속과 달리 대체부지 중 일부만을 기부한 상태에서 2010년 공사를 착공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보증금을 귀속시키거나 채권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E시장은 더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유지를 골프장 내 국방부 소유 토지와 교환, 민간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대체부지 구입비용 최대 65억원만큼 강릉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와 함께 공주시 공무원들은 2012년 운궁-고성간 도로 확·포장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 구간을 무단으로 변경, 당시 공주시장이 인근에 짓고 있던 주택 앞까지 연결되는 도로 2.6㎞ 구간에 2013년 9월까지 대기차선 7개소와 갓길포장 3개소 공사를 시행했다. 감사원은 이에 "도로 공사 예산 5억원이 예산편성 목적 및 공사계획과 다르게 특정 개인의 교통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집행됐다"며 관련 공무원들을 징계처분토록 했다.

충청남도는 민자유치로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추진하면서 준공 후 최대 2년간 업체와 공동 관리운영하고, 이후 20년간 업체에서 위탁관리 운영하되 손익금은 각각 50%씩 부담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2010년 말 준공 후 업체가 관리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방치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운영손실 78억원도 전액 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적절한 행사성·과시성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한 사례들도 잇따랐다.

수원시는 2013년 9월 '차 없는 거리' 등 행사를 추진하면서 경기도 '지방재정 투·융자사업 심사'를 받은 후 사업비가 당초 32억원에서 16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자치부의 재심사 등을 받지 않고 149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논산시는 2014년 논산 실내체육관 건립 계획(사업비 282억원)을 추진하면서 이용률이 낮은 기존 공공실내체육관이 2개나 있는데도 행정자치부에는 사실과 다르게"하나도 없다"로 보고해 사업 승인을 얻은 뒤, 2015년 2억70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창원시와 김해시는 이듬해 사업연도의 세입을 당겨 세입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적자를 감춘 채 결산·공시하는 분식결산으로 적자재정을 은폐했다.

경상남도 등 6개 시·도는 2011~2014년 관내 시·군·구에 지급해야 할 교부금 총 4939억원을 반복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