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관계 부처를 불러모아 미래기획위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저출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저출산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미래 선진화라는 현 정부의 목표, 나아가 국가 안위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그간 저출산 대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음에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한 게 현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유엔 인구현황보고서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1.22명(세계 평균 2.54명)을 기록했다. 미래기획위는 이날 회의에서 “경제위기 여파로 자칫 세계에서 유일하게 1.0명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초국가적’ 검토와 과감한 조치를 지시한 것은 신속하고 집중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미래위는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자녀 양육 부담 경감 ▲일과 가정의 양립 기반 확대 ▲한국인 늘리기 등 3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출산 지원 정책을 기존의 저소득층 위주에서 중산층으로 옮기고, 여성의 양육 부담 경감을 위한 가족중심적 사회환경을 조성한다는 등이 정책 추진 원칙이다. 사회 전반에 출산 장려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가정, 학교,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놓았다. 기존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만큼 발상을 전환해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미래위가 제안한 저출산 극복 방안 중 초등학교 입학 연령 1년 앞당기기, 세 자녀 이상 부모의 정년 연장 등은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다.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이민 규제를 풀어 해외 우수 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방안도 이색적이다.

무엇보다 입학 연령 앞당기기는 사교육비 등 자녀 양육비 부담을 줄이고 절감된 재원을 보육 및 유야 교육 지원에 활용하면서 최근 어린이 발달 상황과 국가경쟁력 제고도 고려한 묘책이라는 게 미래위의 자평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유치원과 교육계, 학부모, 부처 간 찬반이 분분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빨리 시행해야 하겠다”고 말했으나 교육부 측은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성 직장인의 육아 휴직 장려, 임신·출산 여성 우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은 “지난 정부 때와 다름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임신 시 자퇴 강요와 같은 미혼모 관련 차별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는 제안은 혼전·청소년 임신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도 회의에서 “다른 선진국이 어떻게 했다고 하지만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여러 가지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될 수만은 없다”며 “한국적이고 동양적 사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하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