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지방 구석구석 서민들의 피부에 경기 회복의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영업자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의 중소기업대출액은 전에 비해 줄고 있고, 보증 규모 역시 축소되고 있다. 연말로 가면서 부도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화물업계의 활기찬 내일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은은 “부도금액과 부도업체수가 늘어나면서 어음부도율이 증가하고 있고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 원주, 춘천, 강릉시의 어음부도율은 최근 일제히 상승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매출 둔화 등으로 기업들이 경기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운수업 등의 업종에서 경기 부진을 더 인식하고 있다. 화물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운수사업이란 화두에 중심은 화물운수사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주로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화물운수사업자와 지금까지 화물업계의 명맥을 이어온 위수탁 사업자들에 의한 것이다. 물론, 등록제 이후 쏟아져 들어온 개인화물운수사업자들로 몸집이 2배 이상 커진 개별ㆍ용달화물운송업계도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줄기차게 지적해왔다. 운송업계에서 위수탁 경영이 오랜 세월 시장에서 형성돼 국가 물류산업을 주도해온 공로와 역할이 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화물운송분야는 현재 전대미문의 변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랜 세월 시장에서 형성된 위수탁제도와 이를 근간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운송과 주선의 이중적 구조, 또한 화주와 운송주체들간의 계약관행 등 대부분의 화물운송사업 행위가 도마 위에 올라가 있다. 정부가 대부분의 화물운송 관련 거래행위에 전근대성을 지적하며 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법의 국회통과 여부가 화물 업에 결정적 변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안은 알려진 대로 일정 비율 직접운송 의무화, 화물운송 정보망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고 그밖에도 많은 변화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의 국회 통과와 시행 여부를 배제하고는 화물업의 미래를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못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유가 안정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빌미가 된 고유가는 결국 운임과 직결된 문제로, 언제 어떤 형태로 재현될 가능성 또한 안고 있다. 따라서 유통업계는 유가 안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영업용차량에 사용되는 경유에 대한 가격 조정비율을 낮추거나 면세ㆍ감면 조치 및 친환경 차량의 조속한 보급 등이 절실한 문제로 업계는 이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유류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증가분은 당연히 운임에 반영돼야 하나 화물 운송시장 구조상 비용부담이 오히려 운송업체로 전가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조정비율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게 운송업계들 주장의 핵심이다. 화물 운송사업의 본질적 문제로, 위수탁운소업체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개발 및 정착시키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통해 지입차주와 업체 간 분쟁 등 위수탁경영체제의 현실적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이는 위수탁제도가 존재하는 한, 지금까지와 같이 잦은 제도 변화와 정책 혼선 등이 계속되는 한 소멸되기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해당사자간 양보의 여지가 거의 없어 제도가 바뀔 때마다 또 다른 분쟁으로 확대되는 등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문제로 부각돼 있어 어느 시점 미래지향적 위수탁경영체제가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물류업계는 3자물류(Third Party Logistics, 3PL)업체로 전환과 적정운임체계 확립을 핵심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자가물류시장을 3자물류업체로 전환시켜 업체의 전문화를 유도한다는 방안은 현재의 영세 운송업계 실정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업체 간 과감한 인수합병과 인센티브 제공, 운송 계약 시 가점 부여 등의 방안으로 3자 물류 전환을 적극 유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허가기준대수의 상향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허가 동결이 풀리기 이전까지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적정운임 체계 확립에 대한 요구는 표준운임제 시범운영 등을 포함해 시장과 운송주체, 화주, 물가 등이 조화를 이루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으로 이어져야한다. 과당경쟁에 따른 운임저하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균형운임체계를 확립한다는 의미가 있으나 한편으로는 시장의 자율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존재한다. 화물운송주선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화물정보 및 차량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 사업이지만 최근 통신수단의 발달로 정보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그 역할과 기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화물운송주선업계가 고도화된 정보체계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등 선제적인 변화와 혁신을 도모한다면 향후에도 화주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시장의 중심사업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류운송업계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화물운수사업법 개정 법안 중 일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운수사업은 이제 심각하지만 진지한 변화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정부도, 운송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변화의 내용과 수준, 속도에 대해 이견이 남아 있는 만큼 이 같은 인식을 해소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체로 무엇이 더 미래지향적이며 무엇이 더 국가 물류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과제들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 경우 아무래도 운송업계에 더욱 철저한 자기 변화와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글 시사뉴스24 부회장 강연술
現(주)영서종합물류ㆍ영서화물(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