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7차 회의를 통해 세종시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확정했다. 세종시 입주 기업에 파격적인 싼값에 토지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개발토록 하는 원형지 공급이 핵심이다. 세제 및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행정·재정적 혜택도 담겼다. 결국 ‘돈’으로 막겠다는 얘기로 특혜 및 역차별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싼 땅값으로 유인 = 정부가 내놓은 ‘당근’의 요체는 원형지 공급이다. 세종시기획단은 이날 “원형지 공급을 통해 자율·창의적인 맞춤형 개발을 허용하고 개발비용도 절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혜 시비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안에 개발에 착수하지 않거나 주목적 용지를 전매할 경우 환수 장치를 마련하는 등 공익성 담보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원형지 개발에 따른 난개발과 개발이익의 사유화 방지책을 내놓은 셈이지만 원형지 개발의 부작용과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형지 가격으로 제시된 3.3㎡당 36만~40만원 수준은 인근 산업단지의 공급가 78만원보다 40만원 정도 싸다. 정부는 “개발비용을 감안하면 크게 저렴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기업이 입맛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혜다. 공사비용 절감과 계열사 하청, 분양을 통해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형지의 일부를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로 개발해 분양할 수 있다. 세종시기획단도 이날 “생활필수시설 개발을 일정 수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원형지 가격을 36만~40만원 수준으로 정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세종시 용지비 5조여원을 유상 공급면적 2200㎡로 나누면 3.3㎡당 68만원 정도가 된다.

40만원선을 맞추기 위해선 토지공급자인 토지주택공사가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개입된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3일 제조·건설·유통업 분야 회원사 15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라며 내놓았던 ‘세종시 적정 분양가 40만원 미만’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결국 기업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상업용지나 주거용지 가격을 높게 책정해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해 부담을 다른 부분에 전가하는 것으로, 결국 그 짐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센티브, 형평성 맞췄다지만 = 정부는 세종시에 신설되는 외국인 투자기업과 국내기업에 기업도시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없는 혁신도시에도 동일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일자 뒤늦게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또 세종시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 대해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7년간 100%, 이후 3년간 50% 감면하고, 재산세는 5년간 100%, 이후 3년간 50% 감면하기로 했다. 수도권 기업에 70억원 한도에서 입지·투자·고용·교육훈련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임대료 감면 및 고용·교육훈련 보조금이나 현금 지원 등 다른 지역과 같은 재정 지원책도 마련키로 했다.

이 같은 인센티브는 표면상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가 “접근성 등 입지조건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거의 확정적이고, 따라서 “주판알을 굴려보면 당연히 세종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세종시 블랙홀’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